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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세상, 생각보다 재밌는 소설

제5화 : 칠흑 속의 칼날

by infoxbox24 2026. 9. 19.

바닷속에서 드럼통을 탈출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네 개의 컷으로 표현한 누아르 스타일 삽화. 첫 번째 컷에서는 덜 닫힌 드럼통 뚜껑 사이로 수압에 의해 바닷물이 세차게 들어오는 모습, 두 번째 컷에서는 굳지 않은 콘크리트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며 드럼통 밖으로 몸을 밀어내는 남성의 모습, 세 번째 컷에서는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칼로 손목을 묶은 밧줄을 끊어내는 절박한 순간, 네 번째 컷에서는 결박을 풀고 입에 칼을 문 채 저 멀리 배가 떠나가는 검은 바다 위를 향해 수영해 올라가는 서양인 주인공의 처절한 탈출 과정.
바닷속에서 드럼통을 탈출하는 주인공의 모습

귀를 찢을 듯한 수포 소리가 뭉개지며 이내 완전한 암흑 과 정막이 찾아왔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폐부 깊숙이 차오르는 질식감과 온몸을 짓누르는 콘크리트의 무게 속에서 나는 마지막 숨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사방은 그 어떤 불빛도 허락하지 않는 수중의 지옥이었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부하들이 서두르는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덜 닫혀 있던 드럼통 뚜껑의 틈새로 엄청난 수압의 바닷물이 무섭게 밀고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콸콸거리며 들이친 바다 거품이 가슴께까지 차올랐던 콘크리트 반죽을 거칠게 휘감았다.
아직 채 굳지 않은 시멘트가 바닷물에 쓸려 힘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몸을 짓누르던 묵직한 압박감이 서서히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살 수 있다. 나올 수 있다. 어둠뿐이던 시야 너머로 날카롭고 서늘한 희망의 빛이 번쩍였다.
동시에 허벅지 춤에서 묵직한 감각이 전해졌다.
가죽 재킷 주머니 속, 예전에 늘 몸에 지니고 다니던 작은 칼 한 자루가 그대로 들어있었다.
놈들이 서둘러 나를 포박하느라 미처 주머니까지 뒤지지 못했던 것이다.
온몸의 신경이 깨어나며 지독한 탈출의 의지와 함께,
놈들의 목덜미를 찢어버리겠다는 복수심이 심장 박동을 미친 듯이 키웠다.
바닷물이 가득 차오르자 덜 닫혀 있던 드럼통의 무거운 철제 뚜껑이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툭, 하며 완전히 열려 젖혀졌다.
나는 흘러내린 콘크리트 사이로 몸을 비틀어 드럼통 밖으로 상반신을 밀어냈다.
사방이 요동치는 검은 바다 한복판이었지만, 주머니 속으로 손을 뻗어 작은 칼을 움켜쥐었다.
젖은 밧줄은 급하게 매듭지어진 탓에 느슨해져 있었다.
칼날을 매듭 사이에 밀어 넣고 힘껏 그어 내리자, 서너 번의 가쁜 가위질 끝에 몸을 묶고 있던 줄이 툭 하며 끊어져 나갔다.
자유로워진 사지로 거친 파도를 가르며 나는 수면을 향해 무섭게 발버둥 쳤다.
허파가 터질 것 같은 고통 끝에 마침내 물 밖으로 고개를 치켜들었을 때,
저 멀리 밤바다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강 회장과 진수의 배 실루엣이 보였다.
입안 가득 고인 비릿한 바닷물을 뱉어내며, 나는 어둠 속에서 그들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강 회장, 그리고 진수. 너희가 던진 지옥에서 내가 살아 돌아왔다. 이제 사냥개는 목줄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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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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