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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세상, 생각보다 재밌는 소설

제4화 : 검은 정막

by infoxbox24 2026. 9. 19.

어두운 밤바다 부둣가를 배경으로 녹슨 철제 드럼통 안에 온몸이 묶인 채 갇혀 있는 남성 주인공의 모습. 헝클어진 머리와 상처 입은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콘크리트 반죽 속에 반쯤 파묻혀 있고, 드럼통 뚜껑이 닫히기 직전의 처절한 누아르 소설 속 한 장면.
어두운 밤바다 부둣가를 배경으로 녹슨 철제 드럼통 안에 온몸이 묶인 채 갇혀 있는 남성 주인공의 모습.

강회장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린다
 
"묻어라."
 
강 회장의 한마디는 서늘하고도 짧았다.
 
사냥개로 다시 거두겠다는 제안 같은 건 없었다.
 
쓸모를 다한 소모품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듯, 그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그 길로 내 시야는 암전되었다.
 
머리에 씌워진 거친 천 조각 너머로 들이치는 빗소리와 진수의 비열한 웃음소리가 멀어졌다.
 
몸이 밧줄로 단단히 결박된 채, 나는 차가운 봉고차 바닥으로 내던져졌다.
 
덜커덩거리는 차체의 진동과 함께 가죽 재킷 속으로 스며든 진흙이 살을 서늘하게 긁어내렸다.
 
5년 만에 방 구석을 탈출한 대가가 결국 이것이란 말인가.
 
차량의 엔진음이 한참을 울린 끝에 멈추었을 때, 코끝을 찌른 것은 비릿한 짠내와 거친 파도 소리였다.
 
바다였다.
 
"영차, 무거우니까 조심해서 올려."
 
부하들의 거친 손길에 이끌려 강제로 배 위에 내동댕이쳐졌다.
 
통통거리는 디젤 엔진 소리와 함께 배는 한참 동안 암흑의 바다를 가르고 나아갔다.
 
마침내 엔진 소리가 뚝 끊기고, 배가 바다 한복판에 멈추어 섰을 때 안대를 벗겨냈다.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 그리고 내 앞에는 녹슨 드럼통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들어가라, 한 팀장. 네가 누울 마지막 침대다."
 
진수의 부하들이 나를 거칠게 들어 올려 드럼통 속으로 집어넣었다.
 
좁고 차가운 철제 통 속에 몸이 구겨지는 순간,
 
거친 소음과 함께 회색빛 콘크리트 반죽이 머리 위에서부터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질척이고 무거운 시멘트가 발목을, 무릎을, 그리고 허벅지를 집어삼키며 몸을 무겁게 압박해 왔다.
 
살을 파고드는 시멘트의 독한 냄새와 무거운 압박감 속에서,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복수고 뭐고 이제는 정말 끝이구나.
 
지독한 절망감이 밀려왔다. 방구석에서 보낸 5년의 세월과 오늘 흘린 피가 모두 허무하게 가라앉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 비참한 인생을 포기하듯, 슬그머니 눈을 감았다. 콘크리트가 가슴께를 지나 목 밑까지 반쯤 채워졌을 때였다.
 
따르릉-.
 
적막한 바다 위로 요란한 전화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하 중 한 놈이 급히 전화를 받았다.
 
내 귀로 상대방의 격앙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상황이 급하게 변했다! 거치적거리는 거 빨리 처리하고 지금 당장 복귀해!
 
"예,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부하가 마음이 급해진 듯 소리쳤다.
 
"야, 대충 해! 어차피 이거 부어봤자 이 바다 한복판에서 드럼통 째로 가라앉으면 살아 나올 새끼가 어딨냐?
 
빨리 뚜껑 닫고 던져!"
 
그들의 거친 손길에 의해 드럼통 뚜껑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사방의 불빛이 완벽히 차단된 밀실.
 
곧이어 몸이 붕 뜨는 부유감이 느껴지더니,
 
이내 거대한 파장과 함께 드럼통이 차가운 바닷속으로 무섭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꼬르륵거리는 수포 소리가 뚜껑 너머로 멀어지고, 완전한 암흑이 나를 감싸 안았다.
 
깊고 깊은 바다 밑바닥, 검은 정막이 흘렀다.
 
(제5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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